시간의 벽을 넘는 여행
자연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자연은 어제를 기록하지 않고, 내일을 예상하지 않으며 그저 오늘 이 순간을 살아갑니다. 인간만이 시간을 만들어 사물의 변화를 인식하는 기준으로 삼고,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추억하고, 즐기고, 기대하며 살아갑니다.
<브리드> 20호는 계절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정서 장애를 겪는 사람부터 나이를 초월한 취미 생활이나 스포츠를 통해 세대 간 경계를 허무는 사람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1920년대의 하루를 살고 싶다’는 빈티지 애호가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닌, 각자 자신만의 시간과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합니다.
우리의 자아는 시간을 관통하는 기억의 통로를 통해 유지됩니다.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순간부터 슬픈 추억까지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언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없게 됨을 의미합니다. ‘기억의 실재(16쪽)’는 기억력 훈련으로 과거에 뿌리내리고, 현재에 집중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마음이 기거하는 곳(24쪽)’은 자신이 일생에 걸쳐 살아온 집을 떠올리며 과거를 회상하는 여정입니다.
“오래된 것이 좋다Oldies but Goodies”는 말이 있습니다. 첨단 미디어가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쏟아내는 디지털 시대, LP판에서 흘러나오는 고전 음악과 과거 인기 있던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보고 들으며 친숙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젊은 세대까지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과거가 현재 삶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오래된 것이 좋다(76쪽)’에서 옛것을 찾는 이들의 심리와 시대를 초월해 전 세계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취미에 나이가 중요할까?(86쪽)’에서는 80대에 발레를 시작해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노년의 여성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에게 발레는 젊음을 되찾는 것이 아닌 나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었습니다. 나이에 맞서 싸울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문명과 개발과는 거리가 먼, 과거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된 물리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자연과 하나 되는 여행(140쪽)’은 원주민의 전통과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남부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생생한 사파리 투어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책임있는responsible 여행’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연을 보호하고 과거를 수호하려는 지역사회의 노력에 동참해 보세요.